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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정의 사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의 전성시대)

by 해피라기 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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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의 2012년 작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 구조를 리얼하게 묘사한 영화로, 개봉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민식, 하정우, 조진웅 등 강력한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며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부패한 세관 공무원이 조폭과 결탁하여 성공 가도를 달리다 ‘범죄와의 전쟁’ 선언 이후 위기를 맞는 이야기는 단순한 조폭 영화가 아닌,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강렬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부패와 정의 사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의 전성시대)

1. 권력과 비리의 일상화: 세관 공무원의 추락

《범죄와의 전쟁》의 주인공 ‘최익현’(최민식 분)은 세관에서 근무하며 공짜 담배를 빼돌려 장사를 하고, 검사들과 술을 마시며 인맥을 쌓는 데 능한 전형적인 부패 공무원이다. 영화 초반부에서 익현은 법보다는 인간관계, 규칙보다는 ‘눈치’로 움직이는 공직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관객은 이러한 그의 모습에 당혹스러우면서도 묘한 친숙함을 느낀다. 실제로도 한국 사회에서는 ‘사람을 잘 만나야 성공한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실력보다 인맥이 중시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익현은 우연히 알게 된 조폭 두목 최형배(하정우 분)와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암흑 세계에 발을 들인다. 세관의 권한을 이용해 밀수품을 통과시켜주고, 대가로 막대한 돈과 권력을 얻으며 승승장구한다. 이런 그의 삶은 한국 사회 내에서 법과 도덕이 작동하지 않는 이면 세계를 대변한다. 익현의 성공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무너진 사회 구조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윤종빈 감독은 이를 통해 ‘정의가 사라진 시대’의 민낯을 고발하고자 한다.

2. 조폭과 정치의 결탁, 위태로운 동맹

이 영화의 백미는 조폭 두목 최형배와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권력의 속성이다. 익현은 권력의 주변을 맴도는 하급자였지만, 형배를 통해 조폭 세계의 실질적 권력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위태롭다. 익현은 정치와 법 쪽 인맥을, 형배는 물리적 폭력을 통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한다. 그들의 동맹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영화는 그것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세워졌는지를 보여준다.

 

형배는 점점 익현을 견제하고, 익현은 형배의 폭력성과 무모함에 불안감을 느낀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배신이 아닌, 부패한 동맹의 붕괴를 상징한다. 한국 현대사에서도 조폭과 정치, 공무원의 유착은 여러 차례 문제시된 바 있다. 영화는 그런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며,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계’의 불안함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3. ‘범죄와의 전쟁’ 선언 이후, 무너지는 세계

영화 후반부에서 정부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조폭 소탕에 나선다. 이는 익현과 형배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 익현은 자신이 쌓아온 권력과 인맥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보호받던 사람들은 등을 돌리고, 권력은 하루아침에 철거된다. 이 장면들은 ‘기회주의자’의 말로를 잔인하게 그려낸다.

 

윤종빈 감독은 이 과정에서 ‘부패한 구조는 결국 자멸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익현은 살아남기 위해 온갖 꼼수를 쓰지만, 시대의 변화라는 흐름 앞에 무기력해진다. 그의 모습은 현실 속 수많은 부패 공직자나 권력자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또한, 정의는 뒤늦게 오더라도 반드시 실현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영화는 조심스럽게 남긴다.

 

《범죄와의 전쟁》은 단순한 조폭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한국 사회가 지나온 부패의 시대를 날카롭게 해부하며, 정의와 불의의 경계를 성찰하게 만든다. 영화 속 인물들의 선택은 허구처럼 보이지만, 현실 속 많은 이들의 자화상일 수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리고 그 물음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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