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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소년 감상평 (고교사채왕 강진의 질주와 추락)

by 해피라기 2025.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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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개봉한 사채소년은 황동석 감독이 연출하고 유선호, 강미나, 유인수, 이일준 등이 출연한 청춘 느와르 영화다. ‘서열 최하위에서 고교 사채왕으로 올라선 한 소년의 파란만장한 질주’라는 콘셉트로, 권력, 돈, 관계,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깊이 있게 풀어낸다. ‘사랑으로 빌려주는 사채’라는 기묘한 설정과 함께, 학업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이다.

사채소년 감상평 (고교사채왕, 강진의 질주와 추락)

존재감 제로, 강진의 사채왕 데뷔

강진(유선호)은 존재감도, 인맥도, 경제력도 없이 학교 서열 최하위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고등학생이다. 매일같이 남영(유인수)을 포함한 일진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며, 그에게 학교는 생지옥과도 같은 공간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강진은 우연한 계기로 사채업자 ‘랑’과 엮이게 되고, 뜻밖에도 동업 제안을 받는다. 랑이 전수한 ‘사채 기술’은 단순한 금전 거래를 넘어, 심리 조작과 설득,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학생들의 마음을 '사랑으로 채우는 사채'라는 콘셉트는 그 어떤 폭력보다 치명적인 수단이 된다. 사채 기술을 익힌 강진은 곧장 자신을 괴롭히던 남영에게 돈을 빌려주며 심리적 우위를 점하고, 이를 계기로 학교 내 비공식 권력자로 급부상한다. 돈을 매개로 교내의 이면 권력을 장악해가는 과정은 통쾌하면서도 섬뜩하며, 청춘물로 보기엔 낯설 만큼 어둡고 냉정하다.

고교 사채왕의 달콤한 전성기

사채왕이 된 강진의 영향력은 폭발적이다. 이제는 누구도 그를 무시하지 못하고, 과거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조차 줄을 서서 강진의 눈치를 본다. 강진은 돈을 통해 관계의 위계를 조정하며, 점점 더 강해지고 위험해진다. 동시에 강진은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다영(강미나)과도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다영은 여전히 강진이 변하기 전의 순수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으며, 둘 사이엔 미묘한 감정의 교류가 오간다. 이 시기 강진은 마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착각에 빠진다. 권력, 돈, 사람… 그리고 사랑. 그러나 다영의 진심은 언제나 ‘돈이 아닌 사람’을 향해 있고, 강진이 점점 사채의 힘에 의존할수록 둘 사이엔 보이지 않는 틈이 벌어진다. 강진의 몰락은 어쩌면, 이때부터 예고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너지는 왕국, 강진을 위협하는 그림자들

강진이 정점에 올랐다고 믿는 그 순간,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이들이 하나둘 등장한다. 과거 랑과 함께했던 인물들, 사채의 진짜 의미를 아는 사람들, 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권력을 탐하는 세력들이 학교 내부에서 반격을 시작한다. 특히 강진에게 밀렸던 남영(유인수)과 신흥 세력 만수(이일준)는 복수와 야망을 품고 강진의 균열을 파고든다. 돈만으로 지켜지지 않는 인간관계, 흔들리는 친구들과의 신뢰, 그리고 다영의 실망까지… 강진은 서서히 고립되고, 자신이 만든 왕국에 균열이 생긴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사채소년은 청춘 느와르의 성격이 짙어지며, 돈의 달콤함과 그에 따른 파괴력을 비극적으로 조명한다. 권력의 정점에 오른 소년이 결국 감당하지 못한 채 무너지는 서사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과 어른 모두에게 묵직한 경고를 던진다.

 

‘사채소년’은 단순한 학원 권력극도, 성장 드라마도 아니다. 이 영화는 돈과 권력의 허상, 인간관계의 본질, 그리고 대가 없는 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진실을 아주 날카롭게 전달한다. 유선호는 ‘강진’이라는 복잡한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냈고, 강미나, 유인수, 이일준 역시 캐릭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현실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황동석 감독은 학교라는 공간을 현대 사회의 축소판으로 삼아, 그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생성과 붕괴 과정을 묵직하게 담아냈다. 사채소년은 잔혹하지만 현실적인, 그리고 누구나 빠질 수 있는 유혹과 추락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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