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윤수익 감독의 작품 폭설은 한해인(이수안 역)과 한소희(이윤설 역)가 주연을 맡은 감성 청춘 영화입니다. 배우 지망생 이수안과 하이틴 스타 이윤설이 서울로 함께 떠난 겨울 여행을 통해 서로의 감정과 상처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조용하고 깊은 감성으로 그려냅니다. 폭설처럼 쌓여가는 두 사람의 감정은 관객에게 섬세하고도 강렬한 울림을 전합니다.
배우 지망생 ‘이수안’의 내면 성장기
한해인이 연기한 이수안은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배우 지망생입니다. 반복된 오디션 실패와 가족의 무관심 속에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던 그녀는, 어느 날 인기 하이틴 스타 이윤설로부터 서울 여행을 제안받습니다. 평범한 일상에 균열이 생긴 순간이자, 인생의 전환점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이수안은 내성적이지만 진심이 깊은 인물입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연기에 대한 진정성과 인간관계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습니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그녀에게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자아를 마주하고 정체성을 찾는 시험대가 됩니다. 여행을 통해 윤설과의 감정적 거리가 좁혀지면서 이수안은 처음으로 ‘누군가를 향한 감정’과 ‘자신의 진짜 모습’을 인식하게 됩니다. 특히 눈 내리는 거리에서 이수안이 조심스럽게 감정을 고백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감정선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한해인은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이수안이라는 인물에 깊이 공감하게 만듭니다.
하이틴 스타 ‘이윤설’의 숨겨진 외로움
한소희가 연기한 이윤설은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하이틴 스타입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살아가는 그녀는 겉보기와 달리 마음속 깊은 곳에 외로움을 숨기고 있습니다. 연예계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감정을 마음대로 드러낼 수 없었던 그녀는 이수안이라는 진솔한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처음으로 ‘자유’를 느끼게 됩니다. 이윤설은 이수안과 함께한 서울 여행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솔직해지고 싶었어"라는 대사는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삶 전체의 무게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이 담겨 있는 대사입니다. 그녀는 이수안에게서 진심을, 위로를, 그리고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됩니다. 한소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약함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이윤설이라는 캐릭터를 극도로 현실감 있게 표현합니다. 차가운 스타의 이미지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내며, 그녀가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라 성장하는 한 사람임을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감정은 폭설처럼 조용히, 그러나 깊게 쌓인다
이수안과 이윤설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이나 호기심을 넘어, 서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성장의 여정입니다. 둘의 대화는 많지 않지만, 눈빛과 행동만으로도 많은 감정을 주고받습니다. 영화 폭설은 감정의 언어를 절제된 연출과 영상미로 치밀하게 쌓아 올려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냅니다. 서울의 거리, 겨울의 침묵, 눈 내리는 공원의 정적. 이 모든 요소가 두 인물의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그들이 겪는 감정은 격렬하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폭설처럼 조용하게 쌓여 어느 순간 우리 마음에도 내려앉습니다. 감정이란 무엇인지, 관계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섬세하게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단순한 청춘 로맨스를 넘어 존재의 의미까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폭설은 단순한 우정, 사랑, 성장 그 어떤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이수안과 이윤설, 두 인물이 서로에게 다가가고, 또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폭설이라는 은유로 표현해낸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감정이 얼어붙은 계절, 우리는 폭설을 통해 다시 ‘느끼는 법’을 배워갑니다.